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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인 생각 vs. 구체적인 생각

by 성데렐라 2022. 3. 7.

안녕하세요 성데렐라입니다.

이전 소크라테스와 라케스의 대화를 이어서 들려 드리겠습니다.

 

소크라테스ㅣ서로 다른 상황,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동일하게 '용기'나 '용감함'이라는 말을 씁니다. 거로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용기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라케스ㅣ정신력 아닐까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인내하는 정신력'말입니다. 처음에 말했던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것이나, 겁쟁이라는 비난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후퇴하는 것이나, 자신의 평판보다 올바른 판단에 신경 쓰는 것 등이 그런 정신력인 것 같습니다. 용감한 환자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엄습해오는 공포나 질병의 고통을 견디는 환자도 용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용기 있거나 용감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를 다 떠올려보면 인내하는 정신력이 공통점 아닐까요?

시민ㅣ하지만 뭔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인내하면 다 용기가 있는 것인가요?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당한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데, 그걸 참고 지켜보면 그건 용기 있는 행동인가요?

라케스ㅣ아뇨, 그런 건 용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걸 그냥 참고 지켜보기만 하는 건 자신이 부당한 일을 겪지 않으니까 남이 겪는 부당한 일을 그냥 지나치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참고 견디는 것이 용감한 행동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부당한 행동에 맞서 약자의 편에 서는 게 용감한 행동입니다.

시민ㅣ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용기는 그저 인내하기만 하는 정신력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뒷받침해줄 정신력 아닙니까?

 

용기에 관한 라케스의 생각은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특수한 경우인 그리스 보병의 용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러나 대화를 하면서 라케스는 그 자신이 겪었던 개인적인 이야기와 점차 멀어집니다. 라케스는 자신의 첫 대답이 처음 제시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이 될 수 없음을 알아차립니다.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은 '그리스 보병의 용기'가 아니라 다른 모든 경우를 포괄하는 '용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라케스는 각기 다른 사람, 상황, 관계라고 하더라도 똑같이 용기라고 부를 수 잇는 공통적인 용기를 찾아 나섭니다.

"용기란 무엇인가?"는 근본적인 물음입니다. 질문에 대한 최초의 답변은 자신이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것, 자신이 확실하게 경험해본 구체적인 사건에서 출발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경험은 물론이고, 몇몇 사람들의 경험이나 해석만으로는 근본적인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의 경험은 언제나 한계가 있고, 경험에 대한 해석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경험만을 생각하면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할 위험은 없지만, 자기 경험과 해석 밖에 존재하는 다른 경험은 생각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철학적 사고방식은 추상적으로 생각하기를 택합니다. 출발은 개인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특징은 빼내어 버립니다. 그리고 반대로 개인의 서로 다른 경험 속에서 공통점을 뽑아냅니다. 이것이 추상(abstraction)입니다.

추상적인 생각 vs. 구체적인 생각

철학적 생각하기, 셋 : 추상적으로 나아가기. 전체를 보다

보통 추상적이라는 말은 구체적이라는 말과 대조적으로 쓰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고 할 때, 구체적이란 더욱 세밀하고 실제 경험에 밀착되어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일은 우리가 실제로 겪지 않은 일조차 실제로 경험하는 것처럼 상황을 잘 그려보고 떠올릴 수 있게 돕습니다. 반면 사실이나 현실에서 멀어져 막연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넌 왜 이렇게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니? 뜬구름 잡는 것 같아." 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일상의 말하기에서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구체적인 표현이 더 좋은 의미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듣기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추상적인 표현보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쉽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대응책을 논하기도 쉽습니다. 그러나 추상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게 들릴지라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어로 '추상적인'이라는 뜻의 '앱스트렉트(abstract)'에는 '추출하다.' '빼내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한자어 '추상(抽象)'에는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해 파악하는 작용'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빼내다.'라는 뜻을 통해 무언가를 끌어내 공통점으로 나아가는 추상의 흐름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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