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데렐라입니다.
오늘은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후보 둘, 시인
소크라테스는 다시 현명한 사람을 찾는 일을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시인을 찾아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시인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시인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을 노래하는 직업이라기보다 인간사의 근본적인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생산하는 제작자에 가까웠습니다. 당시의 시인은 주로 신이나 신탁과 관련된 것, 혹은 초인적인 영웅의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그 속에서 삶의 교훈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인이라고 해서 현명한 사람의 후보군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습니다. 시인은 시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말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평범한 사람보다 섬세하게 세상을 살피고, 평범한 사람이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던 어휘로 보여줍니다. 혹은 너무나 평범해 잊고 지냈던 것의 세상스러운 진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번에야말로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현명함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공들여 완성한 것처럼 여겨지는 시를 골라 그 작품의 의미를 묻습니다. 이를 통해 시인은 신과 인간, 인간의 운명과 삶에 대해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지혜를 담아 읊을 수는 있었지만 정작 작품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우리는 시인이 평론가도 아니고, 작품만 잘 쓰면 되지 작품의 의미까지 자기 스스로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소크라테스에게 반문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목적을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지목된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을 찾겠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말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인간사에서 중요한 것, 좋고 아름다운 것 등을 말하는 데는 능통하지만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인은 세상을 노래하지만 정작 그 노래 안에 담긴 것들을 생각하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앎을 지닌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만난 시인들이 정치가와 같은 함정에 빠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 이외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세상을 매우 잘 아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정치자도, 시인도 훌륭한 말을 하지만, 훌륭한 말을 할 수 있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잘 아는 사람,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후보 셋, 기술인
소크라테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기술자(장인)를 찾아갔습니다. 기술자는 무엇인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요즘으로 치면 설계자와 개발자를 포함합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으려면 그 무엇인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이, 잘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나머지 영역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영역에서는 누구보다 현명하고, 박식한 사람들이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무지했습니다. 그들은 삶에 대한 앎의 전문가는 아니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판단하기에 그들 역시 정치인, 시인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앎을 지닌 존재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정치가, 시인과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 나머지 스스로 거의 모든 일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영역의 규칙이 다른 분야, 다른 사람의 삶에도 전부 통용된다고 생각해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과 마주칩니다.
소크라테스가 생각하기에 정치가, 시인, 기술자 등이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삶의 가치, 좋은 사람, 옳은 삶에 관한 앎입니다. 그들은 이와 관련된 사례 한두 가지에 대해서는 알아도, 정작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 좋은것과 옮은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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