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데렐라입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관해 마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모든 측면을 심사숙고한다는 것이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편적 사고는 어느 한 경우에만 해당해 경우가 다르면 그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사고'와 대립합니다. 철학에서 보편적 사고란 어느 한 쪽에만 치우쳐 생각하지 않고 모든 쪽에 타당한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절대적 관점의 사고를 뜻합니다.
자원과 환경 문제를 생각해봅시다. 지금 현재 살아 있는 인간만을 고려하는 것은 한편으로 치우쳐 생각하는 갇힌 사고이며, '현세대 인간'이라는 조건에서만 타당한 상대적 관점의 사고입니다. 상대적 관점이 강해지면 우리는 인간 외의 다른 존재나 미래 세대의 인류는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누릴 수 있는 이익을 쫓아 자원을 제한 없이 사용하고, 이를 위해 생태계에 개입하거나 조작하는 행동이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대 당시의 인간만을 고려했던 과거 사람들의 행동이 오늘날에 어떻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경험하면서 한쪽에 치우쳐 생각하는 일의 위험성과 부적절성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우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며 지금이 아닌 미래의 인간,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과 세계 전체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근본적 사고와 보편적 사고
'왜 그렇게까지 하지? 나는 지금 내 문제만으로 벅찬데 꼭 보편적으로 생각해야 할까? 오히려 내 고민에서는 멀어지고, 괜히 헛짓거리만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보편적 사고는 때로 불필요한 수고를 무릅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을 파헤치려면 보편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본은 내 삶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이런 물음의 답을 찾기 위해 행복의 근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근본을 향하여 이를 파헤치는 것이야말로 철학적 사고의 특징입니다.
물론 굳이 근본까지 가지 않아도 답할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그러나 내가 찾는 사랑, 행복, 진실이 '이 상황과 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편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은 변덕스럽고 확증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찾는 행복이 전 우주적 규모의 행복은 아닐지라도 1분 1초 후에 달라질 행복이라면, 지금 나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보편적 사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철학적 사고가 '나'에서 출발해서 '보편'이라는 엄청난 규모로 나아가는 까닭은 사실 단순합니다. 나는 답을 찾고 싶은데 확인되지 않은 것을 무턱대고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무턱대고 믿는 것으로는 잘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산속에서 배가 고프다고 해서 눈앞의 정체 모를 버섯을 먹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검증 없이 받아들이면 탈이 나기 쉽습니다. 특히 보편이 아닌데 보편적인 척하는 삶의 신념이나 사회의 규칙은 독버섯보다 무섭습니다. 독버섯은 피할 수 있지만, 사회의 규칙은 내가 그 사회에서 태어난 이상 마음대로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사회의 모습이 과연 100년 전에도 당연했을까요? 한편 지금 당연하지 않다고 100년 후에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남아 있을까요?
철학의 입장에서 엄밀하게 따져보면 보편적인 것은 드뭅니다. 철학자에 따라서는 보편적인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보편적인 것을 찾는 데 성공하는지가 아닙니다. 철학적 사고방식에서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관점'과 그 실천 자체가 중요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경우,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까지 고려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시야를 저 먼 미래를 포함한 우주적 규모로 넓히는 연습을 함으로써 보편적인 것도 아닌데 '보편적인 척'하며 우리 삶을 괴롭히는 생각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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