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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들의 학문, 철학

by 성데렐라 2022. 3. 2.

안녕하세요 성데렐라입니다.

오늘은 학문들의 학문, 철학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학문들의 학문, 철학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학문이 있고, 일견 철학과 거의 상관없을 것 같은 학문도 많습니다. "철학이 밥 먹여주나?" 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에 따르면 밥벌이에 매우 도움이 되는 학문은 철학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학문이든 학문은 자신이 다루는 대상, 원리, 방법론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없으면 애초에 학문으로 성립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경영학 혹은 수학 등을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은 경영을 잘하는 것, 수를 잘 다루는 것을 빨리 알고 싶겠지만 '잘하기'위해서는 잘하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의학은 어떠할까요? 의학은 질병과 건강을 다룹니다. 그런데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병이 무엇이고, 병이 고쳐진 상태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경영이란 무엇이고, 수는 무엇인가? 그저 잠시 아픈 것과 질병에 걸리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질병에 걸리지 않으면 건강한 것인가? 건강은 무엇인가? 이런 종류의 물음은 각 학문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통 학문이 다루는 대상과 관련된 가장 근본적인 것을 묻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학문은 항상 철학과 닿아 있고 철학적 활동을 포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한 근거를 찾고 세운다

철학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학문은 철학이 탐구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철학의 물음은 특정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모든 영역에 걸쳐있습니다. 각 학문이 특정한 대상 및 영역을 탐구한다면 철학은 다시 그 학문 자체를 탐구하는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학문들에 대한 학문이며, 특정 학문 자체를 검토하는 일종의 네타적 학문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같은 철학의 특징을 두고 "원리들의 원리를 다루는 학문"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철학적 사유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를 파고들어 도대체 행복이 무엇인지를 물어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찾아낸 그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묻는 일이 특기인 철학적 사유는 다시 묻습니다. 네가 찾아낸 기준은 '왜' 정답이니? 왜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니?

'왜'의 물음은 말 그대로 근본을 건드립니다. 밑바닥을 파내 그 생각의 뿌리를 확인하고, 제대로 뿌리내린 것만 남깁니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쉽게 흔들립니다. 쉽게 흔들려서 언제라도 날아가거나 부러질 수 있는 나무가 앞으로도 계속 이 모습으로 여기에 있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찾아낸 답이 어떤 뿌리에서 비롯한 것인지, 그 뿌리는 튼튼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활동이 바로 근거(根據)를 찾는 일입니다.

튼튼하게 자리 잡은 근거란 무엇일까요? 누구나 무엇이든 "이것이 근거입니다."라고 내놓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가 정말로 뿌리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근거가 자기 역할을 다 할 만큼 튼튼한지 검토하고 확인하며 증명하는 작업을 조금 어려운 말로 정당화(justification)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앎은 근거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근거가 정당한 것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주의점이 있습니다. 정당화된 근거를 찾는 일은 단순히 이유를 원하는 것과 다릅니다. 철학에서 "인간은 왜 살고 있지?"를 물어본다고 합시다. 이때 '왜'의 물음은 현생 인류가 어떻게 지구에서 살게 되었는지, 그 계기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철학이 묻는 "왜 살고 있는가?"는 인간의 삶을 뒷받침할 수 있을 만큼 적합한 근거, 정당한 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토대를 파고드는 "왜" 물음은 지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 지금과 같이 되었는지를 뒷받침하고 해명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것입니다.

추리 소설의 범인 찾기를 생각해봅시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바로 네가 범인이다!"가 맞는 말이 되려면 무엇보다 이 사람이 범인임을 확실시 확인하고 설명할 수 있는, 앞뒤가 맞고 설득력 있는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당화된 근거'입니다. 정당한 근거를 찾고, 세우고, 다지는 것은 철학의 주요 업무이기도 합니다. 앞서 철학은 학문의 원리, 기본 개념 등을 검토하기 때문에 모든 학문과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철학은 각 학문의 기본 원리나 개념이 어떤 근거에 의존하고 있는지, 그 근거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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